우리나라, 내진 설계 부실...지진에 무방비

이호준 / 삼성화재 GLCC 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
앵커
어제 저녁 경주에서 유례없는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해서 경북과 경남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감지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정부의 초동대처는 또다시 늑장을 부려서 국민들은 더 불안에 떨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진은 물론 강진이 또 발생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지진 대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관련 소식 이호준 삼성화재 GLCC 방재연구소의 수석연구원과 함께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구원님,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국민안전처, 그야말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안전처가 어제 강진이 발생한 뒤에 재난 문자메시지도 9분이나 늦게 보냈고요. 초동대처가 정말 부실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실제로 국민안전처 역시도 그에 대한 부분들을 사전 준비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진이라는 건 워낙에 경험도 안 해 왔고 실질적으로 말씀을 드린다고 하면 연습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수동 처리되는 부분이 있다고 그러면 그걸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서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고요.
또 하나 큰 문제로 지적이 되는 부분들이 저도 겪었지만 어제 SNS 끊어졌었고요. 일부 무선망이 끊어졌었거든요. 그게 지진에 의한 물리적인 파손이 아니고 당연히 그 시간이 되면 폭주가 일어나거든요. 그 폭주만큼의 양을 통신망이 커버를 못한 부분들, 아직 그런 것 같습니다.
앵커
서버 이런 것이 수용을 못한 거다 이거죠? 그리고 다행이라고 해야 될까요. 다행히 부상자는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는 금이 가고 또 지붕이 무너지기까지도 했는데요, 어떤 건물은. 우리 건축물들,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어떻습니까? 지금 이 규모에 비해서 지금 피해가 그나마 적었다고 해야 되나요, 앞으로는 만약에 여진이 더 이어질 경우에 추가 피해 같은 걸 우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실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저 사실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 사실을 듣고서 피해가 엄청나게 많을 거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굉장히 이번에 피해는 굉장히 적게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부지 응답이나 구조물 특성상 특히 이번에 진원 깊이가 깊었다는 이런 것이 다행인 것이죠. 그런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런 내진설계랑 직접 관련이 있는 부분이지 않습니까? 이 부분을 보게 되면 우리나라가 78년부터 지진 관측을 시작했고 88년 이후부터 내진설계를 지금 도입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지금 이 사회에 있는, 전국에 있는 굉장히 많은 건축물들이 아직 내진 성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가운데 이번에 발생한 5.8 정도의 지진은 진짜 금세기, 저희 세대가 겪은 지진 중에 가장 큰 지진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게 더욱더 우려가 되는 부분들이 없지 않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렇게 유례 없는 강력한 규모의 지진을 겪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지자체라든지 정부에서도 신속하게 매뉴얼을 전달하는 것도 없고 제대로 된 대피 요령이라든지 이런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실질적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주민들이나 그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대처하는 요령에 있어서 좀 말들이 오가는 것 같더라고요. 탁자 밑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맞다, 아니다,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일본하고는 조금 우리나라가 상황이 다르다고 하던데?
[인터뷰]
건축물 특성 자체가 다릅니다. 지금 보시게 되면 건물 안에 있을 적에 위험이 있을 부분들이 어떤 게 있냐면 철근 콘크리트를 가지고 있는 건물들은 어찌됐건 간에 완전하게 납작하게 주저앉지는 않습니다. 견제해 준다는 것이죠, 공간을. 문제가 되는 공간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이 경우에는 그냥 그대로 지붕이 내려앉을 확률이 많거든요. 그 가운데 과연 탁자 밑에 몸을 숨기는 게 안전하냐, 아니면 그 위험을 무릅쓰고 탁자 밑으로 숨는 것이 안전하냐. 이 문제가 걸리는 부분입니다.
앵커
당장 앞서 우리 이승윤 기자가 전해 주었듯이 경북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은 들어가라고 하고 불안해서 학생들은 바깥에 있고 이런 상황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인터뷰]
실제 지진 피해를 보시게 되면 같은 건물이라고 할지라도 바로 옆은 무너지고 바로 옆은 멀쩡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답은 없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실제 건물이 흔들려서 벽돌집이 무너질 정도가 되는 와중에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진동 시간이 꽤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 시간에 벽돌을 맞을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나갈 것이냐 아니면 가장 튼튼한 탁자 밑에 들어가 일단 공간을 확보하고 몸을 보호한 뒤에.
앵커
튼튼하지 않은 탁자가 많지 않습니까?
[인터뷰]
그렇다고 하더라도 벽돌을 직접 맞는, 또 하나는 문 밖으로 나갔을 때는 바로 위에서 떨어질 유리창이 있고요. 화분도 있고 상당히 많은 낙하물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답일지에 대해서는 답은 없지만 제 생각에는 우선은 공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몸을 보호한, 진동이 끝날 때까지 몸을 보호하는 것이 절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정리를 하면 어떤 건물의 구조라든지 재질에 따라서 그 상황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뷰]
특히 자기가 체류를 오래할 건물이라면 그런 부분들 가족간에도 생각을 깊이 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낙하물 외에는 다른 위험이 없기 때문에 그냥 탁자 밑에 숨는 게 괜찮으신 것이고요.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다시 말씀을 드리지만 벽돌로 지어진 1, 2층 낮은 건물입니다. 우리집에서 가장 튼튼한 건물, 구조물이 뭐냐? 가구가 어떤 거냐? 찾아가지고 거기에 몸을 숨길 수 있는 분들은 굉장히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앵커
하여튼 지역에 따라서 또 건물의 재질에 따라서 지진 매뉴얼은 제대로 정부 당국에서 작성을 하고 지자체에서도 그걸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되겠고요. 그리고 기상청은 앞서도 리포트로도 전해 드렸듯이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그리고 지금도 경주 지역에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추가로 혹시나 이런 지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공공기관이라든지 또 주민들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인터뷰]
여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진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많이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고 계시는데 어제 본진이 일어난 이후에 그 안에 쌓여 있는 에너지가 응축된 게 풀리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진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몇 백개 발생한다고 해도 피해가 있지는 않을 걸로 예상이 됩니다.
다만 앞으로 거기에서 어제 5.1 지진 터지고 나서 본진 5.7, 5.8 이렇게 왔듯이 더 큰 지진이 올지 여부에 대해서는 예측이 안 되는 부분들이고요. 그런 위험에 대비해서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환경은 정해져 있는 겁니다. 그 안에서 어떤 부분들이 가능하냐. 지방정부, 중앙정부는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걸 지휘해야 할지라는 그 지휘통제권을 가지고 매뉴얼을 거기에 맞춰서 가지고 가셔야 되는 것이고요.
또 하나, 정부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개인부터 기업, 모든 사회 일원들이 이제 지진에 대해서 위험을 감지하셔야 됩니다. 우리가 겪은 게 5.8의 지진입니다. 상당히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그에 대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셔야 합니다.
앵커
그리고 이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월성원전이라든지 이런 원자력발전소, 어떤 대형 공공시설. 바로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시설들이 과연 지진에 이렇게 안전한 것인가. 그리고 또 제대로 지진이 발생한 뒤에 가동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요. 어떻습니까? 지금 부족함이 없습니까.
[인터뷰]
원진시설 같은 경우에는 어느 나라든지 내진설계 기준에 있어서는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준을 따라갑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상정하고 있는 가장 큰 높은 내진 설계 기준이 얼마냐. 지금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규모 6.5 정도의 지진에 견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 거냐라는 부분들은 굉장히 지금 미스터리,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사례입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전국에 있는 내진 원전시설에 대해서 규모 9. 0에 맞춰서 보강하는 걸 지금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동일본지진, 과거에 있었던 최대급 지진이지 않습니까?
그만큼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원전시설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을 하고 더 나아간다고 하면 실제 그 지역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위험이 얼마인지 측정하는 게 중요한데 당장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게. 이럴 경우에는 가급적 그 안전율에 대해서는 굉장히 후하게 많이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정말 우리가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않았던 가장 센 지진을 겪다 보니까 이걸 거울 삼아서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또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정말 지진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링크 : http://www.ytn.co.kr/_ln/0103_201609131210273642